여행 자체는 즐거운데, 멀미와 두통 때문에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기내와 이동 중에 생기기 쉬운 불편함을 줄이는 루틴을 미리 알고 가면 훨씬 편해집니다
여행 중 신체 불편이 생기기 쉬운 이유 — 예측 불가능한 변화들
여행 중에는 평소와 매우 다른 불규칙한 생활 패턴, 낯선 환경, 그리고 특수한 이동 수단(비행, 장거리 운전, 배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우리 몸의 항상성(Homeostasis)에 큰 부담을 줍니다. 특히 기내처럼 공기가 건조하고 기압이 급격히 달라지는 환경, 혹은 배나 차량처럼 흔들림이 큰 이동 수단에서는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던 멀미, 심한 두통, 귀 먹먹함(이충만감)이 갑자기 생기거나 심해집니다.
장시간 좁은 공간에 앉아 짐을 들고 오래 서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 혈액순환이 둔화되어 다리 부종이나 전신 근육통, 몸살 기운을 느끼기 쉽습니다.
또한, 제시간에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현지에서 평소보다 짠 음식, 기름진 음식, 새로운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위장 운동이 둔화되어 소화 불량이 오래 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불편함의 원인을 미리 파악하고 적절한 준비물과 생활 습관을 갖추면 그 강도와 빈도를 눈에 띄게 줄이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은 곧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멀미를 줄이는 기본 습관 — 시각, 호흡, 그리고 식사 조절의 중요성
멀미는 우리 몸의 감각 기관(눈, 귀의 평형기관, 근육 수용체)이 이동 중 발생하는 움직임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뇌에 전달할 때 뇌가 혼란을 느끼면서 발생합니다. 멀미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습관과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시야 고정이 멀미 예방의 핵심입니다. 버스, 배, 비행기 어디서든 가능한 한 시야를 멀리, 움직임이 적은 곳(예: 먼 수평선, 고정된 건물)에 두고 집중하세요. 책이나 휴대폰 화면처럼 가까운 곳만 오래 바라보거나,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주시하는 것은 멀미를 악화시킵니다.
차량이나 기차에서는 앞 좌석을 선택하고, 이동 방향을 바라보는 좌석에 앉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음으로 호흡 조절입니다.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호흡이 얕아지고 빨라져 멀미를 가속화합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깊게 복식 호흡하는 패턴을 반복하면 긴장과 불안이 줄어들어 멀미 감각도 함께 완화됩니다.
마지막으로 식사 타이밍입니다. 출발 직전에 과식하거나 지나치게 지방이 많은 음식, 강한 향신료, 유제품을 먹으면 속이 더 쉽게 불편해지므로, 이동 전에는 소화가 잘 되는 가벼운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소량의 물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멀미가 심하다면,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미리 정해진 시간에 복용할 수 있는 멀미약을 준비해 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기압 변화로 귀가 먹먹할 때 완화하는 방법과 응급 대처
비행기 이륙과 착륙 시, 또는 산악 지대처럼 고도가 크게 변하는 구간에서는 귀 안쪽 압력(중이)과 바깥 압력의 차이로 인해 먹먹함이나 심하면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때 압력을 자연스럽게 조절해 주는 것이 중이염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중요합니다. 억지로 참고 있는 것보다,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크게 유도하는 식으로 귀 안쪽의 이관(유스타키오관)을 열어 압력을 조절해 주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물을 천천히 홀짝 마시거나, 목 캔디나 껌을 천천히 씹거나 녹여 먹으면서 삼키는 동작을 반복하면 이관이 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성인의 경우, 코를 가볍게 막고 입을 다문 채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어 귀 안쪽으로 압력을 밀어 넣는 방법(발살바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무리하게 강하게 시도하지 말고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어린이나 유아는 스스로 압력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이륙·착륙 타이밍에 맞춰 음료, 사탕, 젖병, 공갈 젖꼭지 등을 물려서 삼키거나 빠는 동작을 유도하면 귀 불편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귀에 지속적인 통증이나 심한 먹먹함이 있다면, 감기나 비염 등 코와 귀를 연결하는 통로에 염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건조함, 냄새, 두통을 줄이기 위한 작은 조정과 필수 아이템
기내와 일부 이동 수단 내부는 공기가 매우 건조하고 환기가 제한적이라 목, 눈, 피부 등 신체 여러 부위가 쉽게 불편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됩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작은 조정들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수분 공급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조금씩 자주(30분에 한 번 정도)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탈수로 인한 건조함과 두통이 함께 완화될 수 있습니다.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을 촉진해 탈수를 가속화시키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렌즈 착용자는 눈이 쉽게 건조해지므로 비행 구간에서는 안경으로 바꾸는 것이 좋으며, 인공 눈물을 자주 사용하세요. 입술과 손, 얼굴은 휴대 가능한 가벼운 보습 제품(미스트, 립밤, 수분 크림)으로 수시로 케어해 주면 건조함으로 인한 자극이 덜합니다.
답답함이나 주변 냄새가 신경 쓰일 때는 은은한 향의 손 소독제나 물티슈로 코 주변을 살짝 닦아내거나, 마스크 안쪽에 페퍼민트, 유칼립투스 등 상쾌한 아로마 오일 한 방울을 묻혀 두면 불편함이 줄어듭니다.
단,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향이 강한 제품보다는 은은한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속 불편함을 줄이는 식사와 수분 섭취 방식
여행 중에는 평소보다 짠 음식, 튀김류, 탄산 음료, 그리고 새로운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런 조합은 위장에 부담을 주어 속을 금방 더부룩하게 만들거나 가스가 차는 느낌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장거리 이동 전후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식사나 익숙하지 않은 메뉴보다는 소화가 잘 되는 메뉴(죽, 샐러드, 과일 등)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앉아 있기보다 15분 정도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위장 운동을 촉진하여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수분은 하루 전체로 보면 충분히 마시되,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면 위장 팽만감과 소변 때문에 수면이 방해될 수 있으니 규칙적으로 소량씩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긴장을 푸는 듯하지만, 수면 중 대사를 방해하고 탈수와 다음 날 피로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숙면과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는 이동 전·이동 중에는 알코올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속이 예민한 편이라면 평소에 잘 맞던 소화제, 위장약, 정장제를 소량 챙겨가는 것이 급작스러운 불편함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불편함이 생겼을 때 일정과 몸을 함께 조절하기
여행 중 신체 불편함은 완전히 피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하지만 불편함이 생겼을 때의 현명한 대처가 이후 여행의 전체적인 질을 결정합니다. 멀미, 두통, 몸살 기운이 느껴질 때는 “계획한 대로 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잠시 물러나, 일정의 강도와 속도를 한 단계 낮추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실내 카페나 벤치 등에서 충분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눈을 감고 짧은 낮잠을 자거나, 물을 자주 마시며, 가볍게 스트레칭과 명상 호흡에 집중해 주면 몸의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피로를 참다가 병이 나는 것보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활력을 되찾아 여행 리듬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불편함을 억지로 참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몸과 일정 둘 다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편이 결국 여행을 더 오래, 더 즐겁고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질주가 아닙니다.
